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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희 칼럼] 송기섭 군수의 ‘특별자치도’ 구상, 충북의 처절한 생존 난제에 답할 수 있는가
  • 권윤희 기자
  • 등록 2026-01-15 00:58:42
  • 수정 2026-01-15 01: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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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섭 진천군수가 지난 8일 충북도지사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새로운 도전을 향한 결연한 의지를 다지며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기섭 진천군수가 “모두가 가만히 있으라 할 때 충북의 미래만을 생각했다”며 도지사 출마의 변을 던졌다. 중앙당이 ‘충북특별자치도 지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그는 ‘충북특별중심도’라는 담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화려한 명칭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름 뒤에 숨겨진 충북의 시린 현실이다. 송 군수가 진정으로 도지사 적임자라면, 단순히 행정 구역의 이름을 바꾸는 것을 넘어 충북이 직면한 처절한 생존 과제들에 대해 명확한 타계책을 내놓아야 한다.

1. 인구소멸의 늪: 음성군의 반등은 지속 가능한가?
충북의 지도를 펼쳐보면 괴산, 보은, 단양, 영동 등 '소멸 고위험' 지역의 붉은 신호가 선명하다.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곳은 송 군수가 이끌어온 진천과 청주뿐이다.

음성군의 경우, 2025년 말 기준 인구가 전년 대비 3,044명 늘어나며 군 단위 증가율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성본산단 등 대규모 투자유치와 주택 공급이 만들어낸 값진 성과다.

그러나 냉정하게 지표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음성군 역시 한국고용정보원이 산출하는 인구소멸위험지수 0.5 미만(2025년 기준)인 '소멸 위험 지역'이라는 굴레를 완전히 벗지는 못했다.

이 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 수를 65세 이상 고령 인구 수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0.5 미만이라는 것은 가임기 여성 인구가 고령 인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으로, 숫자는 일시적으로 늘었을지언정 내부적으로는 고령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인구 구조의 불균형이 여전함을 시사한다.
    • 송기섭 군수에게 묻는다: 특정 시·군의 인구를 흡수하는 ‘빨대 효과’가 아닌, 충북 전체의 파이를 키울 인구 자강(自强) 전략은 무엇인가?

      음성군과 진천군의 성공 사례를 소멸 고위험 지역까지 확장하여 충북 전체의 '정주 선순환'을 이끌 구체적 로드맵이 있는가?

2. 의료 사각지대와 ‘귀도시’ 현상: 병원이 없어 떠나는 도민들
충북의 의료 현실은 참혹하다. 2022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치료 가능 사망자 수’가 50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다.

음성군에 국립소방병원이 들어서며 중부권 의료 숨통은 트였으나, 괴산, 단양, 영동 등은 여전히 응급의료기관조차 찾기 힘든 ‘의료 사막’이다.

특히 큰 문제는 고령화된 농촌에서 병원 문제로 인해 귀농했던 이들이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귀도시(歸都市)’ 현상이다. 아플 때 갈 곳이 없다는 공포는 농촌 생활의 평온함을 압도한다. 버스가 하루에 몇 대 다니지 않는 열악한 교통 체계는 노인들을 더욱 고립시킨다.
    • 송기섭 군수에게 묻는다: 단순히 ‘왕진 버스’를 늘리는 식의 일회성 대책으로 이 거대한 의료 공백을 메울 수 있는가?

      거점 병원과의 셔틀 인프라 구축, 혹은 닥터헬기나 이동형 심화 검진 시스템을 상시화할 ‘충북형 공공의료 벨트’의 실질적 계획은 무엇인가?

3. 환경 주권의 위기: 외부 쓰레기와 폐기물 업체의 ‘해방구’가 된 충북
충북의 소외된 지역들은 지금 외부에서 밀려드는 쓰레기와 유해 폐기물 업체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음성군 원남면의 광메탈 사례는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민의 건강권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폐기물 업체 유입 문제는 원주지방환경청 등 중앙 기관의 허가권을 방패 삼아 들어오는 외지 쓰레기들 앞에 충북의 환경 주권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증명했다.
    • 송기섭 군수에게 묻는다: ‘특별자치도’가 된다면, 중앙 부처에 귀속된 폐기물 처리 허가권을 도지사가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환경 자치권’을 확보할 수 있는가?

      원남면뿐 아니라 충북 전역의 소외된 지역이 폐기물 업체의 해방구가 되지 않도록 막아낼 행정적 타계책은 무엇인가?

4. 초고령사회의 그늘과 교육 양극화
충북은 인구 5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사회다. 홀몸 노인의 고독사와 빈곤 문제는 이제 개인의 비극을 넘어선 도정의 실패다.

또한 일부 지역에만 교육 인프라가 쏠리는 양극화 속에 농촌 학교는 폐교 위기에 처해 있고, 지역 대학들은 고사 직전이다.
    • 송기섭 군수에게 묻는다: 예산 자율권을 확보한다면, 이를 노인 돌봄과 치안 인프라에 어떻게 우선 배정할 것인가?

      지역 대학 졸업생이 지역 기업에 정착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교육-고용 통합 거버넌스’의 실천 방안은 무엇인가?

송 군수는 "남들이 눈치를 볼 때 길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그 길은 선거용 정치 구호로 점철된 '장밋빛 꽃길'이어서는 안 된다. 160만 도민이 걷고 있는 현실은 인구 감소와 의료 공백, 환경 오염이라는 자갈밭이다.

송기섭 군수가 꿈꾸는 ‘특별중심도’가 이름만 화려한 껍데기가 되지 않으려면, 위에서 제기한 현실적인 난제들에 대해 피를 토하는 심정의 건의가 아닌, 뼈를 깎는 대안을 먼저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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