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군청 전경조병옥 군수는 지난 23일 월간업무회의에서 ‘군민 신뢰’를 유독 강조했다. 민원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자세, 그리고 신속·투명·공정한 처리를 주문하며 행정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이러한 군수의 당부가 무색하게도, 실제 음성군 행정의 현주소는 ‘투명’보다는 ‘폐쇄’에, ‘신속’보다는 ‘지연’에 가까운 모습이다.
최근 본지(더음성뉴스)가 겪은 정보공개 청구 과정은 음성군이 강조하는 ‘소통’의 의지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무력하게 무너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본지는 지방자치단체의 수의계약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체결되었는지 확인하고, 지역 업체 간 균등한 기회 보장 여부를 점검하고자 지난 2월 10일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2018년 7월부터 현재까지 음성군이 체결한 공사 계약의 상대자 상호, 대표자 성명, 본점 소재지 등 계약 현황 일체가 그 내용이다.
특히 본지는 음성군 내 민간 폐기물 매립시설의 운영 현황 및 외지 쓰레기 유입 실태를 파악하고자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의거하여 2021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최근 5개년의 자료 공개를 청구했으나, 군은 자료가 많고 복잡하다는 이유를 들어 법이 허용하는 공개 기일 연장권을 사용하며 답변을 미뤘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충실한 자료를 준비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했으나, 결과는 군민과 언론에 대한 기만이나 다름없었다.
법적 마지노선에 다다라서야 전달된 답변은 고작 네 줄에 불과했다. 군이 보낸 자료에는 '민간매립시설(1개소), 폐기물 성상별 반입량, 영업대상구역 없음, 환경조사서 요약'이라는 단편적인 문구와 몇 장의 이미지 파일(폐기물반입량, 환경영향조사)이 전부였다. 5년 치의 방대한 운영 현황과 외지 쓰레기 유입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기한 연장까지 감내하며 기다린 결과물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무성의하고 부실한 내용이다. 이는 사실상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과 다를 바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후속 대응이다. 본지 기자가 직접 담당자를 만나 조속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소통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성군은 여전히 묵묵부답과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업무 처리의 속도 문제를 넘어, 공공기관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알 권리 보장 의무를 저버린 행태다. 기한을 연장하면서까지 답변을 늦추고 알맹이 없는 자료를 내놓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이자 행정 권력을 남용해 소통을 차단하는 행위다.
정보공개 제도는 민주 행정의 근간이며 군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다. 특히 수의계약이나 폐기물 매립시설 현황과 같은 민감한 사안일수록 행정의 투명성이 엄격히 담보되어야 한다. 자료의 복잡함을 핑계로 시간을 끌고, 정작 본질적인 내용이 빠진 답변을 내놓으며 대면 요구조차 무시하는 행태는 음성군 행정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조 군수는 이번 회의에서 “추진이 어려운 사항은 명확한 근거와 함께 주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히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보공개 현장에서 벌어지는 실상은 군수의 발언이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함을 증명하고 있다. 공개할 정보라면 숨김없이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이 민주 행정의 기본이다.
지금 음성군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수사나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다. 군수의 지시 사항이 실무 부서의 높은 담벼락에 막혀 사장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제도적 개선이다. 부서 이기주의와 폐쇄적인 행정 관행에 갇혀 군민과 언론의 정당한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음성군이 지향하는 ‘상상대로 음성’은 결코 실현될 수 없다.
음성군은 이제라도 정보공개 행정의 구태를 청산해야 한다. 행정이 의도적인 '시간 끌기'와 '자료 축소'로 일관하는 것은 감춰야 할 치부가 있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며, 이는 군민의 눈과 귀를 가려 행정 감시 체계를 무력화하려는 불순한 시도에 다름없다. 만약 이러한 무성의한 대응으로 군민을 기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투명하고 성실한 정보공개야말로 군민이 체감하는 신뢰 행정의 시작점임을 명심하고, 청구된 자료를 즉각 성실히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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