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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다”... 음성군 지역농협 ‘무제한 연임’ 사각지대 사라질까
  • 권윤희 기자
  • 등록 2026-01-13 23:39:44
  • 수정 2026-01-13 23: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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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임 3선 후 비상임 ‘우회로’ 전국 69건.
  • 음성도 5개 조합 ‘연임 제한 없음’
  • 농협법 개정안 상임위 통과, “본회의 서둘러야 ‘꼼수 전환’ 차단 가능”
음성농협 전경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쇄신안 발표와 더불어 ‘비상임 조합장 연임 제한’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장기 집권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음성 지역 농업계에도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해 12월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상임 조합장으로 3선(12년) 임기를 마친 뒤 연임 제한이 없는 ‘비상임’으로 전환해 임기를 이어간 사례가 69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올해에만 22건의 전환 사례가 발생했는데, 이 중 15건은 자산 규모와 상관없이 정관 개정을 통해 비상임으로 갈아탄 ‘우회로 마련’ 의혹을 사고 있다.


■ 음성 관내 5개 조합, ‘무제한 재임’의 요새인가
현재 음성군 관내 8개 농·축협 중 음성·금왕·감곡·대소농협과 음성축협 등 5곳은 비상임 조합장 체제다. 이들 조합은 현행법상 연임 제한 규정이 없어 이론적으로는 평생 재임이 가능하다.

반면 생극·삼성·맹동농협은 상임 체제로 3선(12년)까지만 허용되고 있어, 지역 내에서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 ‘4선’은 넘었지만 ‘5선’ 문턱서 멈춘 민심
실제로 음성 지역의 한 농협에서는 과거 한 조합장이 4선(16년)을 내리 지내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나, 지난 선거에서 5선 도전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사례가 있다. 이는 장기 집권에 따른 인사권 독점과 경영 매너리즘에 지친 조합원들이 ‘조직의 사유화’ 대신 ‘변화’를 선택한 상징적 사건으로 풀이된다.

한 조합원은 “조합장이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면 내부 견제는 사라지고 오직 조합장의 안위만 우선시하는 조직 문화가 고착된다”며 “인사권을 쥔 조합장에게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 법안 통과 늦어지면 ‘막판 꼼수’ 기승 우려
지난 해 12월 19일 국회 농해수위를 통과한 농협법 개정안은 비상임 조합장에게도 2회 연임(총 3선) 제한을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법 시행 전 정관을 변경하거나 비상임으로 전환할 경우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경과 규정 때문에, 법안 처리가 늦어질수록 '막판 갈아타기'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임미애 의원은 “비상임 조합장의 장기 재임은 투명성과 책임성 결여를 낳는다”며 “개정안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서둘러야 하며, 정부는 자산 규모 부풀리기 등 비상임 전환 과정에 대한 전수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곳간 열쇠 쥔 머슴, 주인 행세 끝내야”
지역 농업계는 이번 법 개정이 농협의 본질을 되찾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본래 조합장은 권력의 자리가 아니라 ‘농민의 머슴’ 자리여야 하기 때문이다.

머슴이 주인을 대신해 곳간 열쇠를 수십 년간 쥐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머슴이 아니라 주인 행세다. 농협이 특정 개인의 전유물이 아닌, 진정한 농민 자치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제한 연임’이라는 독배를 이제 그만 내려놓아야 한다.

음성군 농협의 한 관계자는 "음성에서도 이미 4선 조합장의 낙마를 통해 인적 쇄신의 필요성이 증명됐다"며, "제도적 빗장을 거는 것만이 음성 농협과 대한민국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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