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의 뚝심있는 김치찌개음성군 생극면, 커다란 공장들과 너른 논밭이 공존하는 이 길목에는 화려한 간판 대신 입소문 하나로 정면 돌파하는 김치찌개 집이 있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뚝심’. 이름값 하듯 한자리에서 묵묵히 끓여낸 그 붉은 국물 안에는 기교를 부리지 않은 진심이 담겨 있다.
본격적인 식기록에 앞서 이곳 '생극(生極)'이라는 지명에 얽힌 재미있는 설을 하나 소개할까 한다. 인근의 금왕읍 '무극(無極)' 지역은 과거 대한민국 최대의 금광 지대 중 하나였다. 지하에 거대한 금맥이 흐르고 있어, 나침반 자침이 남극과 북극을 제대로 가리키지 못하고 회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처럼 '극(極)이 없는 상태'가 된다 하여 무극이라 불렸고, 그곳을 벗어나 이동하다가 다시 나침반 바늘이 작동하며 극이 나타나는(생기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극이 생겨났다'는 의미로 '생극'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나침반의 바늘을 다시 세우듯, 잃어버린 입맛의 중심을 다시 세워줄 뚝심 있는 맛집들이 이곳 생극에 포진해 있는 이유도 어쩌면 이런 지명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금왕에서 감곡 쪽으로 차를 몰다 보면 생극 교차로를 만나게 된다. 그 길목 오른쪽, 마치 광야처럼 드넓은 평지 위에 건물 하얀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다. 수년 간 그 길을 오가는 이들이라면 한 번 쯤 "저기가 뭐 하는 곳일까?", "영업을 하기는 하는 걸까?"라며 고개를 갸우뚱했을 법한 묘한 위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건물의 외관이다. 투박한 주변 풍경과 대조적으로 식당 외벽은 화사한 핑크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고, 곳곳에 그려진 귀여운 그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의외의 아기자기함이 주는 신비로운 이끌림을 따라 문을 여는 순간, 비로소 '찾아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진한 미식의 향연이 시작된다.
광활한 주차장은 일이 없어도 들어가서 주차를 하고 싶게 만든다.식당 앞에 도착하자마자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드넓은 주차장이다. 거대한 덤프트럭과 대형 화물차들이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은 이곳이 '길 위의 베테랑'들에게 검증받은 진짜 맛집임을 증명한다. 바쁜 걸음을 멈추고 주차장에 차를 세운 운전사들의 뒷모습에서, 고된 하루를 달래줄 뜨끈한 국물에 대한 기대감이 읽힌다.
뚝심 내부식당 내부로 들어서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낡은 인테리어가 손님을 맞는다. 14평 남짓한 아담한 공간은 사장님 부부의 손길이 닿은 수많은 소품으로 오밀조밀 채워져 있다. 얼핏 보면 그다지 조화롭지 않은 것들이 한데 모여 있어 조금은 촌스럽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그게 또 이 집만의 묘한 재미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식당 한쪽,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자리 잡은 커다란 모니터와 책상이다. 그곳은 바깥 사장님의 또 다른 일터. 식당 운영과 함께 다른 사업을 병행하고 계신 사장님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사장님 부부의 소박하고도 아기자기한 취미와 부지런한 일상이 그대로 투영된 공간. 정형화된 세련미는 없어도, 구석구석 놓인 소품들과 사장님의 자리를 구경하다 보면 마치 누군가의 정겨운 거실에 초대받은 기분이 든다. 그 다정하고 재치 있는 분위기가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기분 좋게 끌어올린다.
뚝심 메뉴판과 반찬을 담고 있는 바깥사장님이 정감 어린 공간에서 사장님 내외가 조용히 손님을 맞이한다. 두 분이서 조용하게 꾸려가는 작은 시골 마을 식당이지만, 이곳에서 예상치 못한 반가운 인연을 만났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바깥 사장님이 필자 고향 동네 1년 선배의 절친이었던 것. 어릴 적부터 우리 동네를 제집 드나들 듯했다는 사장님은 그곳 지형과 소식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꿰고 있었다. 타지에서 만난 고향의 향기는 찌개가 끓기도 전에 마음을 먼저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이 집 맛의 핵심은 단연 김치와 고춧가루다. 사장님은 집에서 직접 재배한 배추와 무를 쓰고, 고춧가루 역시 직접 농사지어 빻은 것만을 고집한다. 그래서일까. 냄비 속 국물 색은 흔히 보는 중국산 김치의 가벼운 주황빛이 아니다. 마치 집에서 엄마가 솥 가득 끓여낸 것처럼 어둡고 짙은 선홍색을 띤다. 정직하게 익어간 세월이 국물 색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이곳은 2012년 6월 11일 처음 문을 연 이래, 변함없는 맛을 지켜오고 있다. 화려한 확장보다는 내실 있는 맛과 이 정겨운 분위기를 택한 사장님의 고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곳 '뚝심'이 이 자리를 지켜온 지도 어느덧 14년째다. 2012년 6월 11일, 처음 문을 열고 찌개를 끓여내기 시작한 그날부터 지금까지, 화려한 확장보다는 내실 있는 맛과 이 정겨운 분위기를 택한 사장님의 고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고기반 김치반 김치찌개주방에서 한소끔 끓여 나온 전골냄비는 첫눈에도 그 농도가 남다르다. 숟가락을 넣어 국물을 뜨려 하면 투박하고 큼직하게 썰어 넣은 돼지고기가 묵직하게 걸려 올라온다.
국물: 칼칼하면서도 뒷맛이 묵직하다. 직접 재배한 고춧가루 특유의 깊은 풍미가 혀끝에 감돈다. 직접 농사지은 김치의 간이 배어있어 맛이 꽤나 진하고 강렬하다.
노란 주전자의 배려: 간이 세다 싶어 옆에 둔 찬물을 부으려던 찰나, 사장님이 노란 양은주전자를 툭 건넨다. "짜면 육수 더 부어 드세요." 옛날 막걸리를 따라 마시던 그 정겨운 주전자에서 뽀얀 육수가 흘러나와 국물과 섞인다. 투박한 주전자 하나에 식탁의 온도가 훌쩍 올라간다.
투박한 밑반찬. 마늘쫑과 도라지무침이 입맛을 돋운다.
투박하지만 손맛 가득한 밑반찬: 화려하진 않지만 하나하나 손이 가는 반찬들이 상에 오른다. 알싸하게 잘 삭힌 마늘종 장아찌와 부드러운 도라지무침, 별다른 특색 없는 막김치와 입맛 돋우는 오징어젓갈. 여기에 정겨운 계란 샐러드까지 더해지니 영락없는 시골 식당의 소박한 상차림이다. 반찬에서 큰 감동을 기대하기보다는, 메인인 찌개의 강렬함을 묵묵히 받쳐주는 조연들이다.
보기만 해도 밥을 부르는 제육볶음김치찌개만으로도 이미 냄비 가득 풍성하지만, 오랜만에 제육볶음이 당겨 욕심을 내보았다. 그런데 이 선택이 신의 한 수였다. 이 집의 제육볶음은 시골 밥상에서나 만날 수 있는 투박하면서도 정직한 맛이다. MSG를 잔뜩 써서 화려하게 혀를 농간하는 인위적인 맛이 아니라, 좋은 재료가 주는 본연의 힘이 느껴진다.
검붉은 빛깔이 강렬해 자극적일 것 같지만, 막상 입에 넣으면 짜지도 맵지도 않은 절묘한 선을 지킨다. 입맛 까다로운 남편이 식사 내내 "정말 맛있다"며 연신 감탄을 쏟애낼 정도였다. 맛이 진하면서도 기름진 느끼함이 전혀 없고, 삼키고 난 뒤의 여운이 길다. 결국 김치찌개와 제육볶음 모두를 남김없이 '클리어'하고 나서야 숟가락을 놓을 수 있었다.
대표 메뉴인 김치찌개와 복병이었던 제육볶음까지 섭렵하고 나니, 자연스레 다음 방문이 기다려진다. 사장님의 손맛을 보아하니 아직 정복하지 못한 '부대찌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사실 음성에서 부대찌개 제대로 하는 집을 찾지 못해 오랜 시간 방황 중인데, 이곳이 그 종착지가 되어줄 수 있을까.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음성 지역에서 부대찌개의 정석을 보여주는 맛집을 아는 분이 계신다면 소중한 제보를 부탁드린다.
생극 뚝심은 화려함을 쫓지 않는다. 직접 농사지은 재료로 가장 익숙한 맛을 가장 정직하게 지켜내고 있다. 생극의 '뚝심'은 거친 길 위에서 만나는 든든한 어머니의 품 같은 맛이다. 여기에 사장님과의 뜻밖의 인연까지 더해지니, 이곳은 이제 단순한 식당을 넘어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고향 같은 안식처가 되었다.
지치고 허기진 날, 속을 뜨끈하게 데워줄 진한 국물이 그립다면 광야에 우뚝 선 뚝심으로 차를 몰아보자. 그곳엔 여전히 뚝심 있게 끓고 있는 짙은 위로가 기다리고 있다.
📍 뚝심 이용 정보
주소: 음성군 생극면 음성로 1614-8 (지번: 병암리 3-1번지)
전화번호: 043-877-2280
대표 메뉴: * 김치찌개 / 부대찌개: 10,000원
- 제육볶음: 12,000원 / 김치제육볶음: 10,000원
- 삼겹살 (200g): 16,000원
- 토종닭볶음탕 / 백숙 / 오리백숙: 65,000원 (최소 1~2시간 전 예약 필수)
- 누룽지탕: 3,000원
- 특징: 약 14.5평의 정감 있는 규모, 직접 재배한 배추·무·고춧가루 사용, 국내산 돼지고기 사용, 대형 주차장 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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