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화나트륨 유출사고가 난 금왕읍 리노삼봉산업단지 현장금왕읍의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6시간 만에 수습됐지만, 지역 사회의 불안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소면 유독물질 유출과 최근 맹동면 공장 화재 실종자 수색이 이어지는 가운데 또다시 터진 이번 사고는 음성군의 재난 방재 시스템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음을 보여준다. 본 리포트에서는 반복되는 재난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음성군의 구조적 결함과 행정적 한계를 심층 분석한다.
■ 금왕읍 유출 사고, ‘인재(人災)’의 전형적 징후
4일 오전 발생한 금왕읍 리노삼봉일반산업단지 내 수산화나트륨 유출 사고는 전형적인 관리 부실에 의한 사고로 지목된다. 화물차량에 적재된 15t 규모의 컨테이너 내부 온도가 상승하며 발생한 유출은 위험물 보관 및 운송 과정에서의 기본 수칙이 현장에서 얼마나 쉽게 무시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전문가들은 “수산화나트륨은 온도 변화에 민감한 물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출과 유증기가 발생했다는 것은 보관 용기의 노후화나 과적, 혹은 장시간 방치 등 관리상의 중대한 과실이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운이 좋아 인명 피해가 없었을 뿐,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 ‘불과 3개월 만의 재판’… 반복되는 유출이 증명한 방역망 붕괴
이번 금왕읍 사고가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음성군이 이미 유사한 사고로 홍역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25년 10월 26일, 대소면 미곡리 소재 진양에너지에서 유독성 화학물질인 비닐아세테이트 모노머(VAM) 약 400ℓ가 유출되는 중대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실제로 4일 오전 음성군의회 산업개발위원회는 바로 이 ‘10월 진양에너지 사고’에 대한 제3차 행정사무조사를 진행하며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강도 높은 추궁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그러나 오전 10시 30분경 금왕읍 삼봉리 유출 사고로 인한 긴급 재난문자가 발송되자, 의원들은 조사를 긴급 중단하고 현장으로 향하는 촌극을 빚었다. 이는 음성군의 재난 방지 약속이 현장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 '서류상의 구호'에 불과했음을 증명하는 비극적인 단면이다.

■ 맹동면 화재가 드러낸 ‘안전 사각지대’와 외국인 노동자
지난달 30일 발생한 맹동면 생활용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은 여전히 비극의 진행형이다. 실종된 카자흐스탄 국적 근로자 1명의 행방은 일주일째 묘연하며, 수색 작업은 붕괴 위험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있다.
이 사건은 음성군 내 산업단지에 종사하는 수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어떤 위험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언어 장벽과 미흡한 안전 교육, 그리고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구조의 공장들이 결합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은 재난 발생 시 가장 먼저, 가장 심각하게 희생되는 ‘안전 약자’로 내몰리고 있다.
■ [집중분석] 음성군 행정 시스템의 세 가지 고질적 문제
연이은 사고를 통해 드러난 음성군의 대응 체계는 ‘시스템’이 아닌 ‘임기응변’에 가깝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① 형식에 그친 산업단지 안전 점검
음성군은 도내에서 가장 많은 산업단지를 보유한 지역 중 하나다. 하지만 위험물질 취급 업체에 대한 지도 점검은 인력 부족과 예산 한계를 이유로 형식적인 서류 점검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10월 대소면 사고와 이번 금왕읍 사고 모두 사전에 철저한 현장 점검과 설비 노후도 관리가 이뤄졌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② 고도화된 ‘컨트롤타워’의 부재
조병옥 음성군수가 ‘2026년 군민 공감 토크 콘서트’ 등의 주요 행정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현장으로 달려간 것은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재난 대응과 군정이 병행되지 못하는 취약한 행정 구조를 자인한 꼴이기도 하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군수가 모든 실무를 챙겨야만 돌아가는 시스템은 고도화된 현대 재난 대응 모델과는 거리가 멀다.
③ 사후 처리에 급급한 ‘뒷북 행정’
음성군의 대응은 늘 사고가 터진 뒤에야 대피령을 내리고, 군수가 일정을 취소하며, 부랴부랴 점검에 나서는 ‘사후약방문’식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선제적 예방을 위한 데이터 기반의 위험 관리 시스템이나 사고 발생 시나리오별 대응 매뉴얼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 결언: ‘안전한 음성’은 수식어가 아닌 실천이어야 한다
음성군의회는 이번 사고 여파로 행정사무조사를 긴급 중단했다. 의회 역시 집행부에 대한 감시 및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자문해야 한다. 10월 사고를 조사하던 중에 똑같은 사고가 터졌다는 것은 의회의 조사와 행정부의 개선책이 현장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뼈아픈 반증이다.
지금 음성군에 필요한 것은 연기된 ‘토크 콘서트’가 아니라, 산업단지 전반에 대한 투명한 안전 진단과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군민이 안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재 시스템 구축이다.
‘안전 도시 음성’이라는 구호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행정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