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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時論)] 지자체 순방이 '선거판'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 김정일 기자
  • 등록 2026-01-31 23:40:17
  • 수정 2026-02-02 0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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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의 본질은 ‘협치’에 있다. 도지사와 시장·군수는 소속 정당이 다를지라도 지역 발전과 주민 복리 증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함께 뛰는 파트너여야 한다. 그러나 최근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진천군 방문 현장에서 목격된 풍경은 지방자치의 건강한 상생보다는 차기 선거를 앞둔 싸늘한 전조에 가까웠다.

김 지사의 시·군 방문 첫 기착지였던 진천에서 송기섭 군수는 ‘불참’을 선택했다.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애도 기간에 축제성 행사가 부적절하다는 명분을 내세웠고, 실제 연가까지 내며 빈소를 지켰다. 상주 역할을 자처한 그의 진정성을 의심할 순 없겠으나, 도지사의 공식 방문과 도정보고회까지 외면한 것은 행정의 연속성과 공적 책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를 단순한 추모 일정으로 보지 않는다. 송 군수가 이미 차기 충북도지사 출마를 공식화한 만큼, 현직 지사의 ‘안마당 점령’에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행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도정보고회는 ‘반쪽’이 되었고, 지사와 군수가 머리를 맞대고 지역 현안을 논의해야 할 자리는 부군수와 군의원들이 메워야 했다.

이를 지켜보는 군민들의 마음은 씁쓸하기만 하다. 도정보고회는 단순히 지사의 치사를 듣는 자리가 아니다. 농다리 상설교량 조성, 역사테마공원 리모델링 등 진천의 굵직한 현안들이 도비 지원과 행정적 협조 없이는 표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사와 군수가 서로를 예비 후보로만 대하며 ‘패싱’과 ‘견제’로 일관한다면, 그사이 민생의 절박한 목소리는 정치적 수사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군민들이 기대한 것은 정파적 이익을 앞세운 '기싸움'이 아니라, 내 삶을 바꿀 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답변이었다.

충북도정은 이제 막 11개 시·군 순방의 첫발을 뗐다. 앞으로 남은 일정에서 다른 단체장들 역시 선거를 의식해 유사한 보이콧이나 갈등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도정 순방이 도정 성과 홍보와 이를 막으려는 정치적 공방의 장으로 변질된다면, 이는 지방자치의 퇴보이자 도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갈등이 깊어질수록 지역 사회의 허탈감과 행정에 대한 불신만 쌓일 뿐이다.

정치는 선거철에 뜨겁게 달궈지더라도, 행정은 차갑고 냉철하게 주민의 삶을 챙겨야 한다. 김 지사는 이번 사태를 계기 삼아 반대 정파의 우려까지 포용하는 행정력을 보여주어야 하며, 송 군수를 비롯한 기초단체장들 역시 정당과 개인의 정치적 일정보다 '도정과 군정의 협력'이라는 공적 가치를 우선해야 한다.

이해찬 전 총리의 애도 기간이 끝나면 충북은 본격적인 선거 정국으로 접어들 것이다. 그러나 표심을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상대방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마주 앉아 지역의 미래를 논쟁하는 모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도민들은 눈앞의 작은 정치 공학에 매몰된 이들이 아니라, 지역의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정파를 초월해 협력을 끌어내는 '큰 일꾼'을 기대한다. 화려한 수사 뒤에 숨은 자존심 대결보다, 단 한 명의 주민이라도 더 웃게 만드는 '진짜 행정'이 그리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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